문화환경의 변화에 따른 지역정체성의 문제와 전망

1. 문화와 정체성
문화환경의 변화가 지역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는가, 또 그러한 영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의 뜻과 정체성의 뜻에 대해 그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문화환경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그리고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논의를 하는 것은 혼란스러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대개 두가지 차원에서 이해된다. 하나는 광의의 의미로서 "인간들의 생활양식과 그 산물"을 모두 가리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협의의 의미로서 "정신적인 활동의 방식과 그 산물"을 가리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문화를 후자의 의미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지만, 사실 이 좁은 의미의 정신적 문화도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문화란 의식주, 예절, 관혼상제의 풍습 뿐 아니라 정치문화, 소비문화, 교통 등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생활양식과 의식, 관행 등을 포함하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즉, 문화란 정치, 경제, 일상생활과 관련된 생활양식, 규범, 상징, 그리고 그 산물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환경이란 개인 혹은 지역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포괄적인 문화적 여건들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비해 정체성이란 기본적으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 자신의 해답으로서 '자아의식'과 같은 뜻을 지닌다.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나 자신의 해답, 규정, 혹은 인식이다. 따라서, '집합적인 자아'의 경우,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우리(=해당된 집합의 구성원들)의 자의식을 의미한다.

고프만(E.Goffman, 1967), 하버마스(J.Habermas, 1969) 등의 사회학자들은 이같은 자아정체성을 개인적 정체성, 사회적 정체성으로 나누어 파악하고 있다(J.Ritter/K.Gruender, 1976: Bd.4). 홍승직(1994: 82)도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으로 나누어 파악한다.

이때 개인적 정체성이란 자아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긍정적, 부정적 등의 평가)를 말하며, 후자, 즉 사회적 정체성이란 자아가 지니고 있는 어떤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일체감, 또는 자아가 속한 어떤 사회집단(예컨대, 가문, 학교, 지역, 민족, 계급 등)에 대한 소속감을 가리킨다.

후자의 경우도 개인들이 갖는 정체성이기는 하지만, 이를 집단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적이 아니라 집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말할 때, 그것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집합적인 것이다. 한국인의 정체성은 한국인 개개인들의 자아의식과 연대의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사실상 한국인의 평균적-집합적인 자아의식과 연대의식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도 "나는 누구이다." "나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사실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되어 있지만, 거기에는 "나는 누구이어야 한다." "나는 어떠어떠해야 한다."라는 당위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우등생이다. 아니다. 나는 우등생이 되어야 한다. 아니다." 등 등의 요소를 함께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의 '집합적인 자아의식'에서도 "우리는 누구이고 어떠어떠하다."라는 내용 이외에 "우리는 누구이어야 하고 어떠어떠 해야한다."라는 당위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는 "나는 현실적으로 이러이러 한데, 앞으로는 이러이러하게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파악할 때, 당위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성질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정체성은 이렇게 볼 때,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주관적'인 성질의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판단과 인식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강원도의 지역정체성을 구성하는 '강원도'나 '강원도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지역내에서도 개인에 따라, 각 개인의 사회적 지위나 소지역적 위치에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어떤 것이 대표적인 정체성이냐 할 때에는 따라서 평균적인 의미에 서(혹은 분포적인 의미에서) 논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정체성이 주관적인 성질의 것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체에 관한 판단과 인식은 일정하게 객관적인 사실, 경험적인 사실을 근거로 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관적, 경험적인 사실이 변화하는 경우, 그에 따라 일정하게 정체성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신분제도가 없어지고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변화하면서, 신분에 대한 의식, 신분적인 귀속성, 신분적인 정체성 또한 없어지거나 약화되어 온 것, 또 외세의 침략에 따라 민족의식, 민족정체성이 형성, 발달하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들에 해당한다. 이 점에서 객관적인 상황 혹은 환경에 일어나는 변화는 일정하게 정체성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정체성은 또한 사회적-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교육, 각인되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한국인의 민족의식, 민족정체성은 교육제도를 통해, 여성 자녀의 자의식과 정체성은 부모들의 가정교육을 통해 사회적-인위적으로 조성되어 왔다. 이는 자아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에 대해 특히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끝으로 정체성은 일단 한번 형성되면 시간적으로 일정 기간동안, 그러니까 객관적-경험적 사실이 달라지고 주변상황이나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도, 지속되는 성질을 갖는다. 고정관념과 같은 성질을 지니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사실이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성찰과 재성찰에 소홀하고, 이러한 재성찰의 결과를 자아정체성에 반영하는 데에 소홀한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이렇게 보면, 정체성이란 결국 주관성, 객관성, 인위성, 지속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2. 지역정체성의 제측면
1)강원도민의 지역정체성

그러면, 지역정체성이란 무엇이고, 강원도(민)의 지역정체성은 어떠한가.

지역정체성이란 어떤 지역의 주민들이 지니고 있는 집합적인 자아의식으로서 그 지역에 대한 소속의식과 감정, 같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우리의식(동료, 연대의식)과 감정, 지역과 지역주민들에 평가와 감정을 총칭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강원도 지역주민들의 지역정체성 역시 강원도 지역주민들의 집합적인 자아의식으로서 첫째, 지역에의 소속감, 둘째 지역주민들 사이의 우리의식(연대의식), 셋째 지역에 대한 평가와 감정, 넷째 지역주민들에 대한 평가와 감정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복수의 정체성을 지닌다. 지역정체성 외에도 개인적인 자아정체성, 민족정체성, 가족정체성, 소지역정체성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지닌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복수의 정체성들 가운데 어떤 것은 강하게, 어떤 것은 약하게 지니며, 복수의 정체성들이 일관되게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서로 갈등적, 모순적이어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다.

민족집단이나 소지역(영동, 영서, 강릉, 춘천 등), 학교나 직장, 계급 등에 대한 귀속감 및 연대의식이 그 예이며, 가령, 강원도민들은 애국심이 많다든지, 강원도내에는 소지역주의가, 학연주의가 강하다든지, 노동자계급의식이 약하다든지 하는 인식들은 도민들의 정체성 에는 도지역정체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집단에 대한 귀속의식 및 우리의식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 거나 상호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강원지역 혹은 강원도의 지역정체성을 뜻하는 말과 가장 가까운 것은 흔히 말하는 '도민의식'(강원도민의식)이다. 도민의식은 지역정체 성이 지니는 두가지 측면, 즉 강원도지역에 대한 귀속의식, 도지역민들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우리의식의 측면과 도지역민들은 어떠어떠 하다, 혹은 도지역은 어떠어떠하다는 평가의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정체성과 교차하고 있다.

강원도민의 지역정체성 혹은 도민의식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측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따라서 세분화하여 고찰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료의 한계로 인해, 우선 강원인에 대한 집합적인 자의식, 강원지역에 대한 평가와 소속감, 지역정체성의 복합성을 단편적인 자료들을 통해 고찰해 보기로 하겠다.

2)강원인에 대한 평가와 인식

강원도민들의 집합적인 자의식으로서 "우리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들인가"하는 판단과 인식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로는 우선 1997년 4월과 5월 사이 강원도내에 거주하는 문화전문가들 68명을 상대로 한 강원개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이다. 여기서 강원도민의 특성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첫째가 순수함(3점 만점에 1.9점), 둘째가 현실안주(1.5점), 그 다음이 보수적(1.47점), 소극적(1.0점), 표현절제(1.0점) 등이었다(강원도, 1997: 27).

강원도민의 자화상을 이보다 더 선명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1997년 봄 강원도 지도층인사들의 토론모임인 '강원비전포럼'(1997)에서의 발표, 토론 내용으로서 중론은 "순박하고 성실하다. 그러나, 소극적이고 보수적이다."라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또 미래의 바람직한 강원 인 상으로서 강원인들이 장점은 유지하되 앞으로는 특히 "적극적, 진취적, 자주적이어야 한다."는 견해가 중론이었다. 이러한 판단들은 문화전문가들에 대한 조사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요약하면, "순수하지만, 소극적, 보수적이고 의타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한편으로는 강원인 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강원인의 자화상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2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즉, 실제의 강원도민들이 그런 성품을 지녔느냐 여부와 상관없이 강원도민인 문화전문가와 지도층인사들이 강원도민들을 그렇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자화상인 것이며, 이것이 바로 강원인의 정체성인 것이다.(물론 엄격하게 말하자면, 지도층인사들의 지역정체성이 겠지만.)

이와관련하여 신광영(1997)은 강원도민의 시민의식을 무대접의식, 영동/영서 지역주의, 보수주의, 대리자 기대심리 등 크게 4가지로 집약하고 있다.

이같은 특징들을 지역정체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보면, 첫째 요소는 "강원도는 타지역에 비해 낙후했다."는 인식, "중앙정부는 강원도개발을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주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되어 있다. 전자는 상대적 박탈감 혹은 열등감, 후자는 다시 기대심리 혹은 의타심과 소외감 두가지로, 따라서 모두 세가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요소는 강원지역 정체성의 분열상을 가리키는 것이며, 셋째 요소는 변화를 싫어 하고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보수성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요소는 다시 직접 나서서 요구하고 참여하지 않는 소극성, 그러한 역할을 남이 대신해 주기 바라는 의타심 두가지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강원도민들의 지역정체성을 특징짓는 요소들은 열등감, 의타심, 소외감, 분열상, 보수성, 소극성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1997년 8월과 9월 사이 강원개발연구원(1997)이 강원도민 1,800명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 결과는 이와 관련하여 일반 도민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는 "강원도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도민들의 패배/낙후의식'이 34.8%로 가장 높게 나왔고, '도민들의 결집력부족'이 34.2%, '지역간 갈등문제'는 13.7%, '지역간의 이기주의'가 9.7% 순으로 나왔다(41, 93쪽). 가장 많이 지적된 '패배/낙후의식'은 객관적인 발전상태를 타지역과 비교,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갖게되는 일종의 열등의식으로서 주관적 -상대적인 성질의 것이지만, 지역주민들의 응답 속에는 이미 그러한 열등의식이 강한 자화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열망, 당위성이 투영되고 있다.

3)강원지역에 대한 평가와 소속감. - 낙후의식과 자부심과 정주의식.

강원인의 자화상으로서의 주관적-상대적 열등의식은 주로 강원지역의 발전상태에 대한 평가, 그러니까 객관적, 경험적인 사실에 대한 평가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위의 조사에서 도민들의 78.9%가 강원도는 다른 도에 비해 뒤떨어졌다고 응답하였고, 비슷하 다고 보는 경우는 15.2%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판단이 낙후의식, 열등의식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정체성과 관련하여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는 귀속의식, 우리의식, 자부심 같은 것들이다. 앞의 설문에서 패배/낙후의식 다음으로 많이 지적된 사항은 '도민들의 결집력 부족'이었고, 세 번째, 네 번째로 지적된 소지역간의 갈등문제와 이기주의의 문제도 정체 성과 관련이 깊은 것들이다. 이 항목들은 모두 강원인의 우리의식 혹은 연대의식을 구성하는 것들로 간주할 수 있으며, 여기에 대한 응답 들을 모두 합하면 57.6%나 된다. 이는 바꾸어서 말하자면, 도민의 절반이상이 "강원도는 소지역들로 분열되어 있고 응집력이 약한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낙후한 것이 문제인가 결집력 부족한 것이 문제인가 하는 질문으로 바꾸어 해석했을 때, 후자를 더 심 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뭉쳐야 한다."는 도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그 배후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도민들의 결집력이나 응집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떠나서, 도민들의 다수는 "도민들의 결집력이 부족하다." "도민들은 결집해야 한다."는 인식, 따라서 지역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에 거주하는 도민들이 지역에 계속 거주하겠다는 정주의사를 묻는 설문, 또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지역에의 소속감이나 만족감을 드러내 보여준다. 1995년 6월과 7월 사이에 강원개발연구원이 도민 3,102명을 상대로 면접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계속 거주하겠다."는 경우가 54.6%였고, "직장만 안정된다면 계속 살겠다."가 17.4%, "타지역으로 이사가고 싶다."가 14.5%, "모르겠다."가 13.3%로 나타났다 (강원개발연구원, 1996). 계속 살겠다는 경우는 절반을 약간 넘을 정도 밖에 안되며, 이사가고 싶다거나 조건부로 살겠다, 아니면 모르겠다는 경우들을 합하면, 모두 45.2%에 달한다. 이것이 문자 그대로 지역에의 귀속정도나 만족정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속감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며, 만족감도 아주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강원도에 거주하는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보다 더 잘 드러난다.

그 거주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답한 것은 "조상대대로 살았기 때문"으로 59.9%였는데, 그 다음 두 번째, 세번째로 많이 나온 응답은 "가구주 또는 가족의 직장 때문"(24.7%)이거나 "결혼 때문"(7.2%) 등 지역소속감과 직접 상관이 없는 가족적인 이유였다. 강원도가 좋아서라고 답한 경우는 4.0%에 불과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지역에 살고 또 떠나는 이유 중에 조상 때문에를 포함하여 대부분 가족적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 중에서 강원도거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는 48.5%였고, 나머지는 그저 그렇거나(39.4%) 안 느끼는 경우(7.6%)였다. 자부심을 느끼는 정도는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50대 연령층에서는 59.3%인 반면, 30대 미만에서는 37.6%에 불과하였다. 또, 고학력으로 갈수록 자부심이 낮아지는 경향도 보인다. 국졸이하는 56.2%인 반면, 대졸이상은 42.9%이다.

정주의사 역시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그러니까 젊은 층일수록 약해지고 있으며,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연령별 강원도 정주의사 표입니다.
표.1 연령별 강원도 정주의사 (단위: %)
30대미만 30대 40대 50대 60대이상
계속거주 30.4 47.2 63.0 80.0 81.3
직장안정시 계속거주 22.1 23.6 17.0 5.9 5.7
모르겠다 23.2 11.4 11.0 8.0 7.3
이사희망 24.3 17.8 9.0 6.1 5.7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정주의사는 연령층에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사를 희망하는 경우도 젊은 층일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직장사정에따라, 혹은 모르겠다는 식의 조건부 거주의 경우도 젊은 층일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학력수준 별로 비교해 볼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나 학력이 높을수록 정주의사가 약하고 이주의사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강원개발연구원, 1996: 126).

이러한 경향은 어떤 이유에서건 젊은 층, 고학력층에게는 강원지역이 매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정주/이주의 동기로 가족요인 이외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직장, 교육여건, 생활여건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는 '주변환경이나 생활여건이 불편해서'라는 경우가 제일많아 37.6%였고, 자녀교육이 23.6%, 직장이동이 13.8%, 취업문제가 11.8%였다. 이들은 대개 서울지역이나 대도시지역으로의 이동을 희망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생활여건이나 교육환경, 취업 등의 면에서 낫고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교육, 취업의 동기로 인해 이사를 희망하는 경우들은 지역정체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주목할만하다.

정치, 경제, 그리고 교육, 문화 등 우리나라의 많은 자원과 인력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주민들의 상당수가 서울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자녀를 서울로 보내는 학부모, 좋은 일자리와 취업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젊은 층이 적지 않은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의 교육을 훼손시키고 지역의 인재를 유출 시키고 지역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의타적으로 만드는 영향을 미친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서울지향적 강원교육'에 대한 이종각(1997)의 문제지적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 "... 우리나라는 서울지향적이다. ... 우수 중고등학생이 재학중에 일찍부터 서울로 진학한다. ...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은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졸업후 그곳에서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인재의 유출요인인 동시에 경제력의 유출요인이기도 하다. 교사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서울로, 경기도로 전근가려고 한다. ... 이런 구조하에서 강원교육이 강원인재의 육성이냐 인재유출이냐의 문제의식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런 문제의식은 별로 없고, 서울지역 대학에 더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기 위한 경쟁에만 몰두해 있는 실정이다. ... 강원도 출신 장관이 없으면, '무장관시대'라고 지역언론에서 울먹이고 있다. '강원도 푸대접'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중앙의 관료사회, 정계, 재계, 학계에 향토출신 엘리트를 진출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일찍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 강원도적 인재양성론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같은 향토인재 육성을 통하여 강원도 푸대접 상황을 해결하려는 지역유지와 언론의 선도에 의해 특정학교 입시진학률이 언론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 강원도 인재양성론은 특정대학에 많은 합격자를 내기 위한 살인적인 입시교육을 부추겨 왔다."

4)강원도 정체성의 복합 - 소외감, '신지역주의', 소지역주의

강원도민의 정체성은 여러 차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도민들은 민족국가 대한민국의 국민 혹은 민족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는가 하면, 강원도지역, 그 안의 시군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 더 세분하면, 특정한 직업이나 직장, 세대, 학교, 가족, 종친 등의 집단에 소속하 여 각 차원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의 사회적 정체성들을 동시에 지니고 살아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여러 차원의 여러 가지의 정체성들은 서로 일관되게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서로 갈등적, 모순적일 수도 있으며, 그 가운데 어떤 정체성은 다른 것들에 비해 훨씬 더 강하고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민족주의, 가족주의, 개인주의, 지역주의 같은 말들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의 정체성들 가운데, 민족, 가족 등 특정한 집단이나 단위에 대해 관심과 일체감을 많이 느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정체성을 더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경우, 또 그런 정체성 때문에 생겨나는 가치관이나 행동방식을 가리키는 것들이다. 지역정체 성은 이런 의미에서 경우에따라 민족적 정체성이나 가족적 정체성, 개인적 정체성 등과 조화를 이루거나 불협화를 이루기도 하고, 지역주 의적인 경우도 있다. 지역주의란 지역적 정체성이 강하여 한마디로 지역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을 말한다.

강원지역 주민들의 경우, 앞서 언급된 의타심이나 낙후/패배/열등의식의 일정 부분은 서울 혹은 중앙과의 관계, 또 거기에 대한 기대와 귀속의식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지역주의 문제에 관한 99년 7월 중앙일보사의 여론조사와 그 해석에 의하면, 김대중정부의 출범 이후 영호남 간의 지역주의나 지역감정이 크게 약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강원, 충청 지역 등에서는 지역주의가 새롭게 강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영호남 갈등' '호남의 소외' 로 특징지어져 온 기존의 지역 갈등 양상은 정권교체 이후 누그러들었다. 그러나 지역주의 경향이 비교적 낮았던 강원.충청지역이 정치.경제적 면에서 모두 강한 소외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갈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라는 질문에 강원지역 출신 응답자들이 가장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충청.경기지역 출신들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소외지역으로 등장한 강원도의 소외감은 여러 측면에서 확인된다. "우리 지역은 정치적으로 소외를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정치적 소외감) 이라는 문항과 "우리 지역은 경제적 지원에서 많이 소외되는 편" (경제적 소외감)에 대한 응답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우리 지역은 정치적으로 소외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이라는 질문에 강원지역 주민들의 67.9%가 '그렇다' 고 응답, 가장 강한 정치적 소외감을 보였다. 경제적 소외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강원지역의 절대 다수인 85.6%가 소외감을 토로했다. (중앙일보 인터넷사이트 http://www.joongang.co.kr/online_news/series/1999/newland/)

중앙일보는 강원지역의 이와같은 정치적, 경제적 소외감을 새로운 지역주의라는 의미에서 '신지역주의'라 표현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강원지역 주민들이 강한 소외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강원도가 민족국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한 지역이기 때문에 응분의 대접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대접을 못받고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원도민들의 인식은 지역주의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민족국가의 일원이라는 민족정체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두가지 차원의 정체성이 상호불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 지역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소지역들의 경우에도 강원지역 주민들이 민족국가 전체에 대해 지니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중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흔히 영동/영서, 아니면 강릉, 원주, 춘천 소지역 주민들 간의 품성 차이나 이해갈등, 거기에 따른 소지역주의, 나아가서는 소지역이기주의가 논의되고 있다.

정성호(1997)는 영동, 영서간 지역감정 혹은 지역대립은 "기본적으로 지형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며, 최근들어 지역이익과 관련된 특별한 사안에 대한 대립, 그리고 이를 이용한 정치가들의 부추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90년대 초중반 강원도내 의대설립문제와 1995년 6.27 도지사선거를 둘러싸고 영동영서간 대립이 첨예하게 나타난 사례를 분석하였다.

여기서 그는 "영동, 영서간 지역감정은 영호남에 비하면 매우 경미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보다는 오히려 같은 영서지방에서 춘천과 원주라든가 또는 영동지방에서 강릉과 속초, 속초와 양양처럼 지역이기주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대두되기도 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고 말하고 있다.

서진영(1998)은 지역이기주의란 "국가전체 또는 공동이익보다는 자기 지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라고 말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자기 지역내 혐오시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고와 행태, 또 그 반대로 자기이익이 되는 조치 또는 시설을 지역내에 설치하도록 요구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168-9쪽). 그는 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첫째, 민주화, 지방화의 추세로 인한 시민의 권리의식상승 및 표현자유확대, 둘째, 환경에 대한 관심증대, 셋째 주민참여 및 정보공개 제도의 미흡 등을 들고 있다.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지역주의를 모두 지역이기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원인과 관련하여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른 자치의식과 자결주의의 형성(내고장 발전은 내손으로!), 개발욕구의 증대도 한몫을 해 왔다는 점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강원도내에 이러한 소지역주의가 있느냐, 또 얼마나 강하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역문제를 논하거나 지역정체성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특히 영동/영서간의 지역감정 혹은 소지역주의의 문제가 거의 항상 거론되는가 하면, 그것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정도로 경미하다고 보는 견해들도 있다. 물론, 소지역간 경쟁과 대립의 경험적인 사례들은 도내에 소지역주의가 일정하게 존재하는 것이 사실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지역주의가 사안에따라 일시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역사적인 형성과정을 통해 일정하게 고착된 것인지, 그래서 소지역주의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인지, 아니면 선거나 일부 지역정치인들에 의해 조장되는 성질의 것인지는 불분명하고, 이에 관한 의식조사나 객관적인 자료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다만, 이 경우에서도 중요한 것은 앞서 강원지역의 소위 신지역주의에서 그렇듯이, 강원도민들이 소지역에의 정체성과 강원지역에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고, 이러한 이중적인 정체성이 서로 불협화를 이루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불협화는 아직 고착화된 소지역주의나 감정으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정책적인 노력이나 당사자들 간의 협상 및 타협을 위한 노력 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가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강원도민의 지역정체성은 '약하고 가변적인' 소지역주의들 로 분열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정도만큼 지역내의 연대의식과 우리의식이 약하고 가변적이라고 할 수 있다.
3.문화환경의 변화와 지역정체성 변화.
이상에서 우리는 단편적이나마 강원지역 정체성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층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와같은 지역정체성이 역사적인 상황변화와 경험으로 인하여 새롭게 형성되고 또 변화한다는 점이다. 길게 보면 강원도의 지리적 조건과 산업, 교통의 발달, 강원도 행정구역의 설정에서부터 남북분단,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와 자원의 극심한 중앙집중, 서울-경남을 중심축으로 한 경제개발과 국토개발 정책 등이 강원지역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과 경험이 되었으며, 지역정체성의 형성과 발달에 기초를 이루었다. 좀더 가까이 보면, 강원지역 정체성의 형성,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은 91년부터 실시한 지방자치제, 여기서 비롯된 지방화의 과정과 경험이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급속히 진행되기 시작한 세계화와 정보화의 과정 및 경험이었다.

1)지방화와 문화의 지방화, 그리고 지역정체성.

지방화란 각 지방이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통제로부터 벗어나 지방의 자율성과 특성을 신장시켜 나가는 추세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경제, 정치 뿐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강원지역의 경우도 그것은 지방자치제 실시를 통해 촉발되었으며, 행정권한 이양과 지방선거를 통해 자치적인 성격의 지방행정과 지방정치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경제생활과 지역개 발의 측면, 그리고 문화생활의 측면에 대해서도 커다란 영향을 주어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위한 지역독자적인 노력과 의식을 형성시켰고, 그 일환으로 지역문화를 개발하고 특성화, 상품화하는 노력과 의식도 형성시켰다. 적극적으로 지역토산품과 특산품을 개발, 상품화하고 지역특유의 문화행사를 개발, 개최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이와같은 지방화의 추세와 그에 따른 집합적인 노력은 지역정체성을 급속히 형성, 강화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지역의 실정에따라 그 편차가 적지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가령, 서울 같은 곳은 그다지 지역정체성이 많이 형성, 강화되지 않았으며, 반면, 자기지역이 정치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했다.'고 인식한 지역들에서는 지역정체성이 급속히 형성, 강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서울에 비해, 대구는 부산에 비해, 광주는 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했다는 식의 인식 때문에 부산, 대구, 광주는 모두 강한 지역정체성과 지역개발 욕구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주관적-상대적인 성격의 것이며, 이는 강원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부분적으로 어떤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다른 지역과의 비교, 그 비교를 통해 자기를 평가하고 거기에 따라 갖게 되는 자의식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것은 이미 형성된 지역정체성과 지역개발 욕구를 기초로 해서 형성되는 측면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서로 순환적으로 상호작용하여 서로를 강화시키는 경향을 지니기도 한다. 즉, 초기적인 지역정체성/개발욕구 -> 상대적 박탈감 -> 지역정체성 /개발욕구 강화 -> 상대적 박탈감 강화 혹은 약화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강원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낙후의식', 그리고 김대중정부 집권이후 최근에 새롭게 형성, 강화된다고 하는 '소외감'과 '신지역주의'는 소극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강한 지역정체성과 개발욕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측면도 지니고 있다.

2)세계화와 문화의 세계화, 그리고 지역정체성.

한편, 세계화란 "세계가 지역적인 분절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단위체로 형성되어 가는 추세, 그리고 단위국가들 간의 교류와 상호의존성의 증대해 가는 것"을 말한다(구범모, 1996: 12-13). 세계화 역시 경제, 정치적인 차원 이외에도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공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세계화 추세는 두가지 경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 세계를 미국이나 서유럽 같은 중심 부를 중심으로 통일하는 동질화의 경향,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각 지역과 국가들 사이에 상호의존적이고 다원적인 복합성이 증대되는 경 향을 지니고 있다. 문화적인 차원에서의 세계화, 즉 문화의 세계화에도 세계가 하나의 동질적인 문화를 공유하게 되는 추세, 그리고 상 이한 문화들이 공존하면서 상호교류가 증대되는 추세가 함께 존재한다(구범모, 1996: 16).

세계화의 이 상호배치되는 두가지 경향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지배적인가 혹은 지배적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지고 있지만, 각각의 국가와 지역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또 세계화 추세에 대해 어떤 전략과 대책으로 집합적-의지적인 대응을 해 나가느냐의 여하에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적, 정치적인 차원에서의 세계화나 문화적 차원에서의 세계화 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영어, 팝송, 영화, 패션, 드라마, 뉴스, 정보, 햄버거, 피자, 콜라, 스파게티 등의 패스트푸드가 물밀 듯이 몰려오고 우리 것으로 정착되고 세계적으로 확산, 공유되어 가는 추세를 겪고 있다. 이 점에서는 강원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길거리 간판은 온통 영어로 변해 가고 있다. 외국과의 직접적인 국제교류, 자매결연, 통상도 늘어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과 해외관광여행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같은 세계화의 추세, 문화의 세계화는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또 자극을 주고 있다. 세계화와 함께 외래문화가 지역에 도입, 확산, 정착되고 외국문화나 외국인과의 교류, 접촉이 늘어나면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정체성은 약화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반면에, 이러한 접촉의 경험은 '우리 것'을 재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으며, 거기에 대해 적극적 으로 대응하는 집합적인 노력을 통해 전통과 '우리 것'을 재발견, 재창조하고 수출하기도 하는 결과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지방자치와 맞물려 가속화된 측면이 있었다.

세계화에 따른 이 두가지 방향의 결과들은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정체성에는 일정하게 혼란과 긴장이 초래되었다. 한동안 지역사회에 팽배했던 양담배 불매운동과 불매성향은 그러한 긴장상태를 보여준 대표적인 예이며, 그런 와중 에서 국산담배들의 이름은 'This'와 같이 영어로 붙여졌고 그것이 애용되었던 것이다. 결국, 세계화 자체가 두가지의 상호배치되는 경향 을 지니고 있듯이, 그것에 대한 지역사외의 경험과 대응 역시 두가지의 상호배치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영 어에 대한 강조와 남용, 패스트푸드의 선호와 유행,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것'에 대한 재인식과 재발견, 재창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3)정보화와 문화의 정보화, 그리고 지역정체성.

정보화란 여러 가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주로 지식, 정보가 산업과 생활에서 갈수록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그에 따라 산업과 생활이 변화하는 추세, 그리고 각종의 첨단기술과 미디어, 특히 인터넷 사이버공간을 통해 생활 및 정보교류가 신속화, 개방화, 광역화하는 추세를 가리킨다.

1999년 3월과 5월 사이 한국정보문화센터(1999)가 실시한 정보화실태 조사에 의하면, 설문조사 응답자 3,000명 가운데 PCS, 휴대폰 등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45.3%에 달하였다. 강원지역 응답자들의 보유율은 48.9%로 인천/경기 49.7% 보다는 못하지만 서울 46.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91-2쪽). 컴퓨터의 가구보급율은 1990년 11.0%에 불과하던 것이 그후 급속히 늘어 1999년에는 51.8%나 되었다. 여기서는 서울지역이 55.4%로 가장 높았고, 강원지역은 50.0%로서 전국평균 수준에 달하였다(186쪽).

그 사이, 정부 각 기관과 기업, 금융기관, 학교, 사회단체들은 전산화, 정보화를 광범위하게 추진하여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많은 부분의 행정, 판매, 교육 등의 업무를 처리하게 되었다. 강원도청의 경우도 인터넷을 이용하여 도정을 소개하고 행정정보 및 자료를 공개하고 민원사항을 접수, 해결하고 있으며, 산하 각 기관과 유관단체들도 홈페이지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이와같은 정보화의 물결은 산업구조와 취업구조, 나아가서는 권력의 구조, 인간관계와 생활, 그리고 문화생활과 의식구조 등에 대해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변화들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화 역시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두가지의 상호배치되는 경향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그것은 경제, 권력, 지식, 정보 등의 면에서 집중화와 동질화와 획일화를 증대시키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의존적이고 다원적인 복합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그것은 빌 게이츠를 탄생시키고 영어를 세계공용어화하는가 하면, 정보통신능력을 많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그리고 컴맹 사이에는 격차와 위계적인 서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지식, 정보를 상호 공개하고 교류하고 공유하는 폭을 넓힘으로써 인간과 인간, 집단과 집단, 지방과 지방, 정부와 시민, 국가와 국가 사이의 교류와 접촉을 용이하게 하고 긴밀하게 하며, 그에 따른 상호적이고 다원적인 복합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와같은 상호배치되는 두가지 경향은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정체성에 대해 양면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영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문화와의 접촉가능성 확대는 지리적 공간의 여건과 제약에 묶여 있던 문화형성과 정체성형성의 과정이나 방식을 개방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지역적 구속이나 연결고리가 느슨해 지게 만들고 지역적 특성과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게 된다. 여기서 문화의 중심부, 네티즌세계의 주인공이 지니는 능력과 매력과 영향력은 사이버공간에 의존하는 변방의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의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하고 흡인하는 작용을 함으로써 지역정체성의 약화를 촉진할 것이다.

물론, 컴맹과 같이 사이버공간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않는 계층의 주민들은 '사이버세대'와 다른 조건에서 생활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그들과 차이있는 정체성을 유지, 혹은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지역주민들의 정체성에 균열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이버에 친숙하거나 접근이 용이한 젊은 세대나 고학력층과 구세대나 저학력층 사이에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사이버공간을 매개로 해서 활성화되는 지역사회 내의 정보교류와 공개 및 공유는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겠지만 -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통해 늘어나는 상이한 집단과 문화와의 접촉은 '우리 것'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고, 이를 매개로 '우리 것'을 재발견, 재창조할 수 있는 여지도 주어지기 때문에 지역정체성을 제고시키 는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강원도의 역사와 문화전통, 행사, 관광지 등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그런 효과 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전망과 과제.
앞서 보았듯이, 강원도민의 지역정체성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집약된다.

첫째, 강원인은 순수하지만 소극적, 보수적, 의타적이다. 따라서, 강원인은 장점인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적극적, 진취적, 자주적인 자세를 갖도록 변해야 한다.

둘째, 강원도민은 낙후의식과 소외감은 강하고, 내부적인 소속감, 결집력, 자부심은 약한 편이다. 따라서, 이런 점들을 극복해야 한다.

이와같은 지역정체성은 사실적인 판단과 당위적인 판단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며, 정체성 자체가 지니는 특성상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정체성의 형성과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또 실제로 준 요인들은 많이 있지만, 근래에 1990년대초부터 특히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 것들로는 지방화, 세계화, 정보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지방화는 지역정체성을 급속히 형성, 강화시켜 왔다.

반면에, 세계화는 양면적인 영향을 가해, 한편으로는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적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것'을 재인식, 재발견, 제창조하게 하는 계기로도 작용함으로써, 지역정체성에 혼란과 긴장을 초래해 왔다.

정보화 또한 양면적, 이율배반적으로 작용하여 지역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분열시키는 결과와 함께 강화시키는 계기도 가져왔다.

이러한 지방화, 세계화, 정보화의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고, 따라서 지역정체성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계속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대세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항상 능동적인 대응 여하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의 전망은 상당한 부분 지역사회에서의 집합적인 대응 여하에 달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정체성을 제고시키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진행되어 왔지만, '우리 것'에 대한 재인식, 재발견, 재창조의 작업을 지속하는 일. 둘째, 강원도의 수려한 관광자원과 강원인의 장점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강원인의 성품과 자세를 적극적, 진취적, 자주적이도록 계몽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다각적으로 추진하는 일. 셋째, 강원인이 자립의식을 갖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공존공영의 필요성, 협상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일. 이는 중앙에 대한 지역의 자세, 소지역과 소지역 간의, 그리고 지역에 대한 소지역의 자세, 외국, 외래문화에 대한 지역의 자세 등에 모두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서, 일관되고 체계적인 지역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기도 하다. 넷째, 정보화 면에서도 '우리 것'에 대한 재인식, 재창조의 작업을 지속하는 일, 그리고 정보화로부터 소외되는 계층, 세대들을 배려하고 지원, 교육하는 일.

정보 제공 부서 문화유산과

연락처 033-249-3397

최근 업데이트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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